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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라비카, 카네포라(로부스타)부터 게이샤, SL28, 파카마라까지. 커피 품종은 단순한 종류가 아닌, 맛과 향을 결정하는 유전적 핵심입니다. 재래종, 돌연변이종, 교배종, 선발종까지 커피 품종의 계보와 특징을 정리하여 커피 애호가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제공합니다.
커피의 종류 총정리: 아라비카부터 SL28까지, 커피 품종의 세계
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이 있다. 아라비카(Arabica), 로부스타(Robusta, 카네포라의 상업명),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스페셜티 커피 품종인 게이샤, SL28 등. 이 다양한 커피 품종들은 단순히 맛을 다르게 만드는 요소 그 이상으로, 커피의 역사, 생태, 재배지의 환경까지도 반영하고 있다.
이번 글에서는 커피의 대표적인 품종과 그 특징을 계통별로 정리해 보며,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얼마나 복잡한 유전적 배경을 지녔는지를 살펴본다.
1. 주요 커피 품종의 계통 구분
커피나무는 크게 아라비카(Coffea arabica), 카네포라(Coffea canephora), 그리고 **리베리카(Coffea liberica)**라는 세 가지 주요 종으로 나뉜다. 이 중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두 품종이 아라비카와 카네포라(로부스타)이며, 대부분의 커피 품종은 이 둘에서 파생되었다.
2. 아라비카(Arabica)
- 전체 커피 생산량의 약 60~70% 차지
- 해발고도 높은 지역에서 재배 (1,000~2,000m)
- 산미가 좋고, 복합적인 향미가 특징
- 병충해에 약하나, 스페셜티 커피로 가치가 높음
3. 카네포라(Canephora, 흔히 로부스타로 불림)
- 고온다습한 저지대에서 잘 자람
-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보다 약 2배
- 쓴맛과 바디감이 강함
-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됨
4. 재래종(Heirloom varieties)
(1) 에티오피아 재래종
- 아라비카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는 수천 개의 유전적으로 다양한 야생종이 존재
- 각 지역마다 고유의 맛과 아로마를 지님
(2) 예멘종(Yemen Typica)
-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전해진 후 정착한 전통 품종
- 전통 방식으로 건조 및 가공
(3) 게이샤(Geisha, Gesha)
- 에티오피아에서 기원, 파나마의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주목 받음
- 재배가 어렵지만 향미가 독특하고 우아하여 고가에 거래됨
(4) 티피카(Typica)
- 아라비카 커피의 모체 품종 중 하나
- 대부분의 아라비카 품종의 유전적 조상
- 수확량은 적으나 품질은 뛰어남
5. 돌연변이종
(1) 부르봉(Bourbon)
- 프랑스령 부르봉 섬(현재의 레위니옹)에서 발견된 티피카의 자연 돌연변이
- 티피카보다 수확량이 높고 단맛이 뛰어남
(2) 마라고지페(Maragogipe)
- 브라질에서 발견된 티피카의 돌연변이
- 큰 체리와 큰 잎, 낮은 수확량, 독특한 맛
(3) 켄트(Kent)
- 인도에서 발견된 부르봉계 품종
- 병충해에 강하고 균형 잡힌 맛
6. 왜소종(Dwarf Varieties)
(1) 카투라(Caturra)
- 부르봉의 자연 변이로 브라질에서 발견
- 키가 작고 가지가 촘촘해 밀식 재배에 유리
(2) 파카스(Pacas)
- 엘살바도르에서 발견된 부르봉의 돌연변이
- 카투라와 유사하며 품질이 우수
7. 자연 교배종(Natural Hybrids)
(1) 문도 노보(Mundo Novo)
- 티피카와 부르봉의 자연 교배
- 수확량이 높고 재배가 쉬움
(2) 아카이아(Acaia)
- 문도노보에서 파생된 브라질 품종
- 대체로 균형 잡힌 맛과 우수한 품질
8. 인공 교배종(Artificial Hybrids)
(1) 파카마라(Pacamara)
- 파카스와 마라고지페의 교배종
- 큰 체리와 복합적인 향미, 고급 스페셜티 커피로 인기
(2) 카투아이(Catuai)
- 카투라와 문도 노보의 교배종
- 브라질, 중미 지역에서 널리 재배
- 내병성과 생산성이 뛰어남
9. 선발종(Selection Varieties)
(1) SL28, SL34
- 케냐의 스콧 농업 연구소(Scott Agricultural Laboratories)에서 선발
- SL28은 건기와 병충해에 강하고, SL34는 고산지에 적합
- 둘 다 강한 산미와 과일 향미로 고평가됨
마무리: 커피 품종, 그 이상의 이야기
커피는 단순히 한 종류가 아닌, 수천 년 동안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온 다양성의 결정체다. 각 품종은 기후, 해발, 토양, 생산자의 손길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변주된다.
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단지 카페인의 향연이 아니라, 식물학, 농업, 역사,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적 예술이기도 하다. 다음에 커피를 마실 때는 그 잔 속에 담긴 품종 이야기를 떠올려보자.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커피 애호가의 자세다.